[신인 발굴 프로젝트] EP.27 작은 방에서 음악을 제작하는 감각적인 빈티지 아티스트 ‘실러캔스(Coelacanth)‘
안녕하세요. 손익분기점.입니다.
[신인 발굴 프로젝트] 스물일곱 번째로 소개할 아티스트는 작은 방에서 음악을 제작하는 감각적인 빈티지 아티스트 ‘실러캔스(Coelacanth)‘입니다.
Q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실러캔스(Coelacanth)님 구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저는 혼자 작은 방에서 음악을 만들고 있는 실러캔스(Coelacanth)라고 합니다. [손익분기점.] 구독자분들과 만나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저는 음악과 상관없는 일을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Q : 활동명 ‘실러캔스(Coelacanth)’라는 네임이 가진 의미가 궁금합니다.
A : 저는 뭐랄까, 느낌이 오실지 모르겠지만 심해어 같은 사람입니다. 저는 특정 시기 문화유산(rock 음악이 아직 살아 숨 쉬던 시기) 속에 멈춰 살며 세상의 흐름과 상관없이 혼자 음악을 만들고 혼자 듣기를 반복하며 살았습니다. 마치 다른 시공간을 살 듯 혼자 공룡이 있던 시대부터 진화를 멈춘 채 살고 있는 실러캔스처럼 말이죠. 실러캔스는 다리 모양의 지느러미와 원시적인 폐도 있는 참 이상한 물고기입니다. 저와 제 음악이 그렇듯이요.
Q : 요즘 어떻게 지내셨나요? 근황이 궁금합니다.
A : 발매 후 홍보를 위해 없던 SNS 계정도 만들고 여기저기 메일을 보내며 열심히 지내고 있습니다. 발매 전보다 할 일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자신을 드러내는 성향이 아닌데, 요즘 들어 제 본성을 거슬러서 평상시에 하지 않던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Q : 아티스트 ‘실러캔스(Coelacanth)’가 바라보는 음악에 대한 시각은 어떤가요?
A : 리스너의 입장에서 먼저 말씀드리면, 음악은 제게 거의 종교나 다름없었습니다. 저는 수없이 많은 위대한 밴드들의 세례를 받으며 살아왔고, 특히 사춘기를 그런지(grunge)와 라디오헤드(radiohead), 스미스(The Smiths)로 견뎌낸 패배주의 정서의 생존자이기도 합니다. 제 삶에서 음악이 절반 정도 지분은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러캔스(Coelacanth)'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음악은 그냥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저는 제가 음악을 하는 걸 여전히 조금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음악이 매일 고군분투하는 우리네 삶처럼 대단하진 않다고 생각하고 있고, 저는 아직 저는 생활인으로서의 자각만 있을 뿐, 아티스트로서의 자각은 없습니다.
Q : 음악 작업을 하시지 않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지내시나요?
A : 저는 음악 외엔 꾸준히 무언가를 해본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에 한번 빠지면 깊이 몰두하는데 그게 오래간 적이 없습니다. 가장 최근엔 별 보기와 천체 관측에 빠졌습니다만, 지금은 그것도 잠시 쉬고 있고요. 굳이 골라보자면, 잘 꾸며진 공원이나 미술관 같은 곳에 가서 쉬거나 걷는 걸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요.
Q : MBTI가 어떻게 되시나요?
A : INFP입니다.
Q : 본인만의 특별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을까요?
A :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처방은 방음부스에서 힘든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걸로도 해소가 안될 땐, 새벽에 미리 찾아둔 오지로 차를 몰고 가서 별을 보고 옵니다. 처음엔 두려움이 밀려오다가 이윽고 어둠과 적막에 적응하면 말할 수 없는 평화가 찾아옵니다. 그럴 때, King Crimson의 Islands 같은 곡까지 듣는다면 정말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다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남겨두려고 하는 편입니다. 모든 일이 너무 잘 풀릴 땐, 음악작업에는 손이 안 가더라고요. 부정적인 기억과 감정들은 창작으로 승화시키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Q : 음악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A : 조금 거창하고 괴짜 같은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저는 사회학과 출신입니다. 사회학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이후로 저와 제가 사는 세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 저는 소비사회에서 더 큰 인치의 TV, 더 큰 평수의 아파트, 더 큰 배기량의 차를 고르는 것이 앞으로 제 인생의 전부가 될 것 같은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제가 찾은 해답은 무엇이든 카탈로그 밖에 있는 온전히 나의 생각과 나의 힘으로 만들어낸 무언가를 생산해 내자는 것이었고요. 그리고 음악의 광신도였던 제겐 음악을 만드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Q : 본인이 참여했던 작업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물은 무엇인가요?
A : 어려운 질문이네요. 아무래도 이번에 발매한 [불확실성의 바다]인 것 같습니다.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타인을 넘어 제 스스로에게도 던지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라 애착이 갑니다.
Q : 본인만의 음악적 강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 특이하다는 점입니다. 제 음악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평을 듣고 저는 굉장히 안도했습니다. 세상에는 이미 좋은 음악들이 차고 넘치는데 제 음악이 그런 음악들 사이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고민했었거든요. 이미 훌륭한 음악인들이 수없이 많은데, 굳이 저까지 음악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고요. 저는 음악을 일종의 생태계처럼 바라보고 있습니다. 생태계의 다양성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제 음악도 독특함에서 있어서는 어느 정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Q : 음악을 제작하실 때 가장 우선시로 두는 음악적 가치는 어떻게 되시나요?
A : 아무래도 진정성인 것 같습니다. 진심이 아닌 건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으니까요. 예전 일인데, 한때 소정의 돈을 받고 여성의류 쇼핑몰 홈페이지 BGM을 몇 곡 만들어 준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말랑말랑하게 들릴까를 고민할 땐,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어요.
Q : 주로 음악적 영감은 어디서 얻는 편인가요?
A : 저는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세상과 마찰하면서 스파크를 얻는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 제 일상과 생각을 일기처럼 기록하는데, 이게 어느덧 5년이 넘었습니다. 가사의 힌트는 이 노트에서 많이 얻었고, 음악은 새롭게 발견하는 인디음악들에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저 감상을 하게 하는 과거의 명반들과 달리 새로운 인디음악들은 이상하게 음악을 더 잘 만들고 싶은 욕구를 끓어오르게 하거든요.
Q : 지난달 18에 발매하신 정규 앨범 <1938>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 1938년은 실러캔스가 발견된 해입니다. 인도양에서 우연히 실러캔스가 잡혔는데, 이 이상한 물고기의 스케치가 어류학자에게 전달되고 나서 학계가 뒤집어졌습니다(아마도,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지역어부들은 실러캔스를 알고 있었어요. 다만, 가끔씩 잡히는 쓸모없는 물고기로 인식했을 뿐이고요. 실러캔스는 우리가 알거나 모르거나 고생대 페름기부터 깊은 심해 속에서 살고 있었는데 말이죠. [1938]은 그런 미묘한 아이러니들을 담은 제목입니다. 저를 발견해 달라는 의미도 있고요.
이 앨범이 만들어진 계기도 비슷합니다. 제가 작은 방 안에서 음악을 만들면서 이건 세상에 낼 수 없는 음악이라고 자학하고 있었을 때, 누군가 저를 강제로 세상 밖으로 끌어올렸거든요. 그런 외부의 힘에 밀려 앨범 작업을 하게 됐고, 모든 걸 혼자 집에서 만드느라 제법 고생을 했습니다. 믹싱과 마스터링은 외부의 상업 스튜디오에 맡겼는데, 입문용 장비로 집에서 녹음한 트랙들을 손보시느라 감독님들께서도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특히 믹싱 단계에서요). 앨범의 모든 곡들이 각각의 개성 있는 사운드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기획 단계에서 앨범 전체의 기승전결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기 때문에 앨범으로 들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마음 같아선 모든 곡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지만, 세 개의 타이틀 곡만 짧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번 트랙인 [좀비, 괴물, 그리고 바닥의 유리병]은 인디음악가와 청취자에 대한 찬가이자, 우리가 사는 이 괴상한 세상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분들께 바치는 곡입니다. 처음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었는데, 좀 특이한 사랑 노래가 되어버렸네요.
앨범 B-SIDE의 시작인 7번 트랙 [불확실성의 바다]는 현재 꿈을 꾸고 있거나, 혹은 과거에 꿈을 꿨던, 그리고 여전히 방황하고 있는 영혼들에게 바치는 송가입니다. 시끄럽고 이상한 제 앨범에서 [우기]와 [꿈의 행진곡]을 포함해 몇 안 되는 서정적인 곡들 중 하나입니다. 어쨌거나 우리 모두 꿈을 꾸었다는 위로의 말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9번 트랙인 [불꽃과 전기의 도시]는 번쩍이는 도시처럼 변해버린 우리의 머릿속에 관한 곡입니다. 저는 요즘 너무 많은 자극들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나를 잃지 않고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참 쓸데없는 고민이죠?). 가사와 제목처럼 번쩍이고 불타는 사운드를 담고 있는 곡입니다. 사실 서정적인 곡을 타이틀로 내세우는 게 앨범 콘셉트에 부합한다고 생각했지만, 제 음악 중 특이한 곡 하나쯤은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세 번째 타이틀로 선정하게 됐습니다.
Coelacanth [1938]
2025. 3. 18일 발매한 정규 데뷔앨범과 그에 대한 것들입니다.
www.youtube.com
Q : 인디 아티스트로 활동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 혼자 제작부터 발매까지 하면서 느낀 건데, 음악을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건 만든 음악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인 듯합니다. 저는 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엔 관심이 없지만, 제 음악은 달라요. 제 창작물이 공표되면서 이제 저와는 완전히 독립된 개체가 됐고, 저는 제 창작물을 위한 영업사원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제 음악을 알릴 수 있는 [손익분기점.] 같은 채널이 있어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Q : 올해 공연이나 새 앨범에 대한 소식을 기대해도 될까요?
A : 지금은 홍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서 작업을 못하고 있지만, 이미 준비해 둔 프로젝트들이 여러 개 있습니다. 직장일 때문에 외부활동은 좀 어렵지만, 다음 곡 발매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이번엔 잠시 쉬어가는 느낌으로 싱글이나 EP를 낼 생각이지만, 하지만 저는 화석물고기답게 싱글은 앨범이 아니라는 고집이 있어서 기본적으로 정규 앨범 위주의 활동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을 제작하면서 음악에 대해 정말 많은 걸 느끼고 배웠기 때문에 다음 정규앨범은 정말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제 안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여전히 차고 넘치거든요.
Q : 앞으로 아티스트 ‘실러캔스(Coelacanth)’가 대중들에게 선보일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요?
A : 첫 번째로 이번 앨범보다 훨씬 감정적인 음악이 될 것 같아요. 음악은 결국 전하고자 하는 정서와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냐의 싸움이라고 깨달았거든요. 이번 앨범에는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쉬웠기에 다음 앨범은 훨씬 감정과 무드에 집중한 음악이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여전히 어딘가 조금 어둡고 이상한 음악일 것 같아요. 이건 좀 웃긴 이야기인데, 발매 후에 저는 제 음악이 너무 대중적이지 않을까 걱정했었습니다. 제가 처음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 듣기 좋게 만들려고 제가 추구하는 '약간'의 괴팍함을 버린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인에게 음악이 어떻냐고 물었을 때, “너 자체가 대중적이지가 않은데, 너가 만든 음악이 어떻게 대중적이겠냐”는 말에 빵 터져서 바로 제 음악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납득하게 됐죠. 전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음악을 하는데, 저는 좀 특이한 사람입니다. 고로, 아마 앞으로도 제 음악은 좀 특이할 것 같습니다.
Q :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그리고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께 무한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앨범[1938]은 허무와 분노, 그리고 저의 어둡고 뒤틀린 이야기들이 모여있지만, 그 속에는 작게 숨어있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부디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선 부디 희망과 위로를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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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러캔스(Coelaca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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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러캔스(Coelacanth) 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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